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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전문성 부족에 느림보 의사결정...뒤처지는 국민연금 대체투자

글로벌 '큰손' 연기금 대체투자 확대 흐름에도
국민연금 2017~18년 대체투자 기준치도 하회
대체투자 위험·수익비 월등해도 대표위원 반대
대표성 위주·'옥상옥' 의사결정에 수익률도 ↓

  • 빈난새 기자
  • 2019-08-24 17:30:08
  • 정책·세금

국민연금, 대체투자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대응해 각국 연기금을 비롯한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기대 수익률이 높은 대체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우리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책임지고 있는 국민연금기금은 자체적으로 정한 대체투자 기준비중조차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연금도 투자 다각화와 수익률 제고를 위해 수년 전부터 대체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전문인력 부족과 경직적 의사결정구조 때문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뒷북경제] 전문성 부족에 느림보 의사결정...뒤처지는 국민연금 대체투자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2018회계연도 결산보고서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의 대체투자 비중은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기금운용위원회가 정해놓은 기준비중을 밑돌았습니다. 2017~2018년에는 실제 비중이 기준비중보다 각각 2.2%포인트, 2.4%포인트 낮아 2년 연속 기준비중의 오차 허용범위(+1.2~-2.2%포인트)마저 하향 이탈했습니다.

이런 추세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해 12%였던 대체투자 비중을 올해 12.7%까지 늘리기로 했지만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실제 비중은 11.9%로 오히려 떨어진 상태입니다.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올해 대체투자 비중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원활한 대체투자로 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겠다”고 했지만 실행은 아직 더딥니다.

[뒷북경제] 전문성 부족에 느림보 의사결정...뒤처지는 국민연금 대체투자
/자료=국회예산정책처

부동산·인프라·천연자원 등에 투자하는 대체투자는 주식·채권과 같은 전통 자산보다 위험·수익특성 측면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실제 국민연금의 금융 자산 가운데서도 대체투자의 수익률이 가장 높습니다. 주식 시장이 부진했던 지난해의 경우 국민연금은 주식 부문에서 두자릿수 손실(-11.73%)을 입었지만 대체투자 부문에서 12.05%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안전자산인 채권(4.78%)보다 2.5배 높은 수익률입니다. 2010~2018년 장기 연평균 수익률도 대체투자가 8.92%로 주식(4.81%), 채권(4.39%)의 2배에 달했습니다.

비전통 자산인 대체투자는 수익률이 더 높은 대신 더 위험하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실제로 자산군별 위험 대비 수익 비율을 비교해보면 대체투자가 주식보다 더 높습니다. 2008~2018년 10년 간 국민연금기금의 자산군별 평균 위험·수익 비율을 보면 국내대체와 해외대체는 각각 3.3%, 0.93%로 주식(국내 0.11%, 해외 0.08%)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글로벌 연기금을 포함한 ‘큰손’ 기관투자자들이 대체투자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대체투자 비중을 2013년 29.3%에서 지난해 50% 이상으로 대폭 늘렸고 이는 CPPIB가 2014~2018년 간 연평균 10.7%의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캘퍼스·CalPERS)도 독립적인 사모투자 자회사를 별도로 세워 생명과학, 헬스케어, 바이오기술 분야 등 대체투자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입니다. 독립적인 투자 인력·원칙·의사결정과정 등을 갖춘 대체투자 자회사를 설립해 투자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투자 기회가 줄어드는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글로벌 연기금들이 펼치고 있는 전략입니다.

[뒷북경제] 전문성 부족에 느림보 의사결정...뒤처지는 국민연금 대체투자
/자료=국회예산정책처

반면 국민연금의 투자 집행은 이런 흐름에서 다소 뒤처져 있습니다. 기대 수익률이 가장 높은 대체투자가 기준비중보다도 낮게 집행되면서 국민연금의 실제 수익률도 기대 수익률을 밑돌았습니다. 예정처가 2012~2018년 간 국민연금이 대체투자를 기준비중만큼 투자했을 경우를 가정한 수익률과 실제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실제 수익률이 기준비중 달성 시보다 연평균 0.14%포인트 낮았습니다. 대체투자 확대 방침을 세워놓고도 실제로는 그만큼 더 높은 수익을 올릴 기회를 놓쳤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황에도 국민연금이 대체투자를 목표만큼 늘리지 못하는 것은 전문성 부족과 ‘옥상옥’ 구조에 따른 의사결정과정 지연 때문으로 지적됩니다. 예정처에 따르면 해외 연기금은 사모 공동투자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대략 4주 안팎이 걸리지만 국민연금은 각종 위원회를 잇달아 열고 동의를 받아야 해 약 8주가 걸립니다. 해외사모투자 프로젝트 거절 사유 중 4분의1(24%)은 프로세스 제약과 금액요건 미달이었다고 합니다. 독립 자회사를 세워 재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대체투자 대형화와 신규자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글로벌 경쟁자들과 격차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최종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는 위원회가 전문성보다는 대표성에 치우쳐 있다는 점도 대표적인 제약 요인입니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위원 총 20명의 기금운용위원회는 정부 위원인 당연직 6명과 위촉직 14명으로 구성됩니다. 위촉직 14명 가운데 12명은 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자 대표자이고 관계전문가는 단 2명에 불과합니다.

[뒷북경제] 전문성 부족에 느림보 의사결정...뒤처지는 국민연금 대체투자
/자료=국회예산정책처

그 결과 국민연금 중기자산배분 계획은 자산군의 위험·수익에 대한 치밀한 이해가 부족한 위원들의 목소리에 따라 세워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대체투자 확대가 더딘 것도 이런 이유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입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2005년부터 2016년까지 65차례 열린 기금운용위원회 공개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중기자산배분 계획을 수립할 때 노동계 단체들을 중심으로 해외·대체투자 및 위험자산 증가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습니다. 이런 단체들은 국내주식 비중 증가에 대해서는 우려 발언을 내놓은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비전통 자산인 대체투자가 익숙한 국내주식 투자보다 더 안정적이라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는 게 예정처의 분석입니다. 이런 인식은 2008~2018년 연평균 국내주식의 위험성이 무려 24.1%로 대체투자(국내 2.0%, 해외 7.6%)의 3~12배에 달할 만큼 더 컸다는 사실과는 상반됩니다.

기금운용본부의 이전 이후 대체투자 베테랑 운용역이 대거 이탈하면서 전문 인력이 부족한 실정도 한계로 작용합니다. 2019~2024년 국민연금 중기자산배분 계획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말까지 대체투자 비중을 12.7%, 2024년 말 15% 내외까지 늘리기로 한 상태입니다. 지난해 말 대체투자 비중이 12%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5년 동안 3%포인트가량만 늘린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기금위에서도 대체투자를 20% 이상까지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전문위원회 등에서 ‘투자 발굴을 위한 인적 역량이 부족하다’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제 베테랑 운용역의 이탈로 국민연금공단 내 국내 대체인력의 경우 전체 23명 중 18명이 경력 5년 미만, 12명은 3년 미만일 정도로 운용인력의 경력이 짧습니다. 예정처는 “국민연금기금 위원회가 대표성 중심 형태와 비상임으로 운영돼 적시에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데 한계가 있다”며 “재정안정화를 위한 수익률 최대화를 위해 해외주식, 대체투자로의 투자다변화 등을 통해 국민연금 수익률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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