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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시론] 원자력 없이 탄소 중립 불가능하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소 중립엔 현 전력 수요 2배 필요

태양광·풍력만으론 감당 힘들어

오히려 탈원전 정책 백지화해야

美·英도 신형 원전 개발에 적극

정용훈 KAIST 교수




지난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오는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기존의 탄소 저감을 뛰어넘는 무모한 수준의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달 27일 한 달 만에 탄소 중립 범부처 전략 회의를 열어 가칭 ‘2050탄소중립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고 구체적인 추진 방향은 산업통상자원부에 에너지 전담 차관을 둬 맡긴다고 결론을 냈다. 목표는 거창하나 실현 가능한 방법은 없다. 이제 책임은 위원회와 차관에게 넘어갔고 실현은 다음 정부 몫이 됐다. 현 기후 위기 상황에서 탄소 중립은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유엔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패널(IPCC)의 ‘1.5도 특별보고서’, 국제에너지기구의 ‘청정에너지 시스템에서 원자력’, MIT의 ‘탄소 제약 세계에서의 원자력 에너지의 미래’, 주요 20개국(G20) 에너지 환경 장관 회의의 선언문 등에 명시된 탈탄소 미래 사회에서의 원자력 역할은 우리 정부의 수단에서 여전히 배제될 것이다.

원자력을 할 수 있는, 그것도 아주 잘할 수 있는 나라가 원자력을 배제하고 탈탄소를 달성하겠다는 것은 무모하다. 하루 4시간 사용 가능한 태양광과 6시간 사용 가능한 풍력만으로는 24시간 전력 공급이 불가능하며 경제적으로 대규모 공급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탈원전 계획을 백지화하고 태양광 풍력의 보조 발전으로 가스 발전을 늘리겠다는 계획도 백지화해야 그나마 조금의 가능성이 생길 것이다.

미국과 영국 등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이 탈탄소에 가장 적합한 해결책 중 하나라고 판단해 기존 원전뿐만 아니라 신형 원전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미국은 소형 모듈 원전과 미래 원자로 지원에 7년간 32억 달러를 지원하며 미국 민주당은 올해 정강을 바꾸면서 청정에너지로서 원자력의 역할을 명시했다. 영국은 대형 원전 건설도 추진하면서 롤스로이스를 통해 소형 모듈 원전을 16기까지 짓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탈원전 정책을 고집하면서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고 신한울 3·4호기 건설도 완전히 백지화하려 한다. 앞선 나라들을 볼 때 우리에게는 오히려 탈원전 백지화가 필요하다.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전력 수요의 2배 정도가 필요하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모두 전기 자동차로 대체돼야 하고 가스보일러도 모두 전기 히트 펌프로 바뀌어야 하며 공장도 석탄과 가스 대신 전기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2배 늘어난 전력 생산은 탄소 배출 없이 청정 전력으로 공급해야 한다. 현재 청정 전력은 원자력과 수력 및 재생에너지를 합해 절반도 안 된다. 수요가 2배가 되면 청정 전력은 현재의 4배 이상 늘어야 한다는 의미다. 가스를 늘려서는 절대 청정 전력을 공급할 수 없다. 원자력을 대규모로 공급하지 않고는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규모 수력이 없는 우리에게 원자력은 대안 없는 대안이다.

재생에너지 과잉 생산 시간에 수소를 생산해 저장하는 것도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원자력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과잉 시간이 하루 1~2시간에 불과하므로 비싼 수소 생산 설비가 하루 20시간 이상 놀게 된다. 경제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나머지 20시간 동안 원자력 전기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

전력 수요가 2배가 되고 그 모두를 청정 전력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태양광 풍력에 원자력을 더한 조합이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원자력만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원자력 없이 가능한 방법도 없다. 원자력은 아무 나라나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행복한 나라의 불행은 여기서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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