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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업
임단협 앞둔 현대車 노조 사업계획 보니...호봉승급분 확대에 정년연장까지

전운 감도는 완성차 임단협

현대차, 연 호봉 승급 2 → 3호봉 확대

정년 연장 걸고 '강경 투쟁' 예고

기아도 기본급 인상, 정년연장 내걸어

자동차 산업 위기인데 밥그릇 챙기기 도 넘어


미래자동차 전환과 반도체 품귀, 자국 중심주의 확산 등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빠진 가운데 맏형 격인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전례 없는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 등을 내걸며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막대한 투자와 생산 유연성 확보 등으로 미래차 전환을 앞당겨야 하는 상황에서 노조의 밥그릇 챙기기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올해 사업 계획에 매년 2호봉씩 올라가는 호봉자동승급분을 3호봉으로 확대하고 정년을 실질적으로 늘리며 완성차 3사와 연계해 임단협 투쟁을 벌인다는 내용을 담았다. 현대차 노조는 금속노조의 지침에 따라 올해 기본급 월 9만 9,000원 인상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 호봉승급을 현재의 연 2호봉에서 3호봉으로 확대해 실질적으로 더 큰 폭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의 1호봉은 1만~2만 원에 불과하지만 확대된 호봉승급분은 매년 누적되면서 기본급 베이스를 높이고 특근·잔업, 연월차 수당을 올리는 효과가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시니어 촉탁직을 통해 정년을 맞은 직원이 1년 더 일할 수 있도록 했으나 올해는 아예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12∼14일 대의원 회의를 열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종 요구안에 사업 계획이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정이나 강도 높은 사업 계획안을 보면 강경 투쟁을 예고하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전했다.

이날 임시 대의원 대회를 연 기아 노조도 기본급 월 9만 9,000원 인상, 정년 65세로 연장, 영업이익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위기의 자동차 산업

헌대차와 기아의 이런 움직임은 노사협력을 다짐했던 지난해와는 전혀 다르다. 지난해 10월 30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이상수 현대차 지부장과 오찬을 갖고 ‘발전적 노사 관계’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정 회장은 “전기차로 인한 신산업 시대에 산업의 격변을 노사가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며 노사 협력을 당부했다. 이에 이 지부장도 “함께 노력하자”고 화답했다.

정 회장과 이 지부장 간 이례적인 만남은 그보다 한 달 앞선 지난해 9월 현대차 노사가 무분규로 11년 만의 임금동결을 합의한 데 따른 의기 투합의 성격이 강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차로의 전환을 위해 노사가 합심하겠다는 대내외적인 선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협력 선언은 올해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자동차 산업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한 자동차 산업 노조가 어느 때보다 강경한 임단협 투쟁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지난 2015년을 기점으로 내리막을 타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를 포함한 국내 자동차 5사의 국내 생산 대수는 2015년 455만여 대에서 지속적으로 줄어 지난해에는 350만여 대로 고꾸라졌다. 매년 생산 대수가 10만~20만 대씩 줄어왔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40만 대 이상 줄어든 것을 단순히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위축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진단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박사는 “국내 자동차 생산 감소는 외국계 3사뿐 아니라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등 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국내 공장의 생산성이 다른 국가에 비해 떨어지다 보니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의 글로벌 판매량은 2015년 801만여 대에서 지난해 635만여 대로 빠졌다.

미래차 경쟁력도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EV세일즈에 따르면 미래차의 핵심인 순수 전기차(BEV)의 경우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1분기만 해도 판매량 기준 테슬라, 르노닛산, 폭스바겐에 이어 글로벌 4위에 올랐다. 중국 업체 중에서는 현대차·기아를 앞서는 곳이 전무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테슬라에 이어 중국의 상하이자동차(SAIC)가 2위로 껑충 뛰어올랐고 중국의 비야디(BYD)가 4위권에 진입했다. 현대차·기아는 5위 밖으로 밀려났다.



현대차·기아가 아이오닉5와 EV6 등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브랜드 경쟁력에서는 테슬라에 밀리고 가격과 물량 공세에서는 중국 업체에 뒤처지는 형국이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도요타는 오는 2025년까지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체제를 구축해 전기차 시장에서도 글로벌 톱 도약을 노리고 있으며 BMW도 2030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탑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2025년 전고체 배터리 탑재 차량 시범 생산에 이어 2030년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지만 다른 완성차 업체에 비해 다소 늦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 노사 ‘원팀’으로 협력해야

상황이 이런데도 노조는 기본급 인상 및 호봉승급분 확대, 정년 연장 등 생산성 향상과는 거리가 먼 구시대적인 요구를 남발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차로의 전환을 앞두고 글로벌 산업계는 직무급 중심으로의 임금체계 개편, 고용 유연화 등을 추구하는데 우리 자동차 업계 노조는 이런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올해는 현대차그룹 사무직 노조 출범과 이 지부장의 임기 만료 등과 맞물려 임단협 투쟁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노조가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정년 연장과 유사한 시니어촉탁직 도입 등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올해는 기본급 동결에 반발하는 사무직 노조의 출범으로 이마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험난한 임단협이 예상된다”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노조가 임금 인상, 복지 확대 등과 함께 미래 차 시대에 맞는 생산 유연화 등을 사측과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현대차의 첫 전기차 전용 모델 아이오닉5 생산과 관련해 노사가 맨아워(생산에 투입될 인원수)를 두고 갈등을 벌이다 생산 시기를 놓친 것은 경직된 생산 현장의 민낯을 보여준 것”이라며 “부품 수가 30% 이상 줄어드는 전기차 시대의 도래, 주문형 차량 확대 등의 시대 변화에 맞는 임금체계와 생산 현장의 유연화 등을 노사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온라인 판매, 중고차 시장 개방 등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주홍 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수입차에 비해 역차별을 받는 국내 자동차 업체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완성차의 중고차 시장 진입을 허용하고, 노조의 반대에 막혀 있는 비대면 자동차 판매 등 확대해 생산뿐 아니라 판매 부문의 경쟁력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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